잘 나가던 사모펀드가 어느 날 만세를 불렀다. 잘 불려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돈을 맡긴 사람들에게, 내 돈 돌려 달라 해도 내줄 돈이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규모가 1조를 넘는다. 그럼 펀드 운용사는 그만큼 돈을 벌었나? 그렇지도 않다. 잘 해야 몇 백억 챙겼을 뿐이다. 그럼 나머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처음부터 사기 치려고 맘 먹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정상적으로 시장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은 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회사를 만들고 돈을 모아 운용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까?
아픈 상처를 들쑤시는 책이다. 상처에 소금을 덧 뿌리는 책이다. 그럼에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그래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금융 투자 현장에서 뛰면서 많은 금융 사고를 접했다. 모든 사고의 원인은 동일하다. 탐욕과 무지! 위험 대비 과도한 수익을 요구하는 탐욕과, 수익은 부담하는 위험의 대가라는 기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가 만나면 꼭 탈이 난다.
탐욕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무지를 깨우치는 데에는 일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한 권으로 끝내기에는 그 무지의 근원이 뿌리 깊어, 앞으로도 무지를 깨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